끝까지 낙심하지 말고 가까이 따르자
54 예수를 잡아 끌고 대제사장의 집으로 들어갈새 베드로가 멀찍이 따라가니라
55 사람들이 뜰 가운데 불을 피우고 함께 앉았는지라 베드로도 그 가운데 앉았더니
56 한 여종이 베드로의 불빛을 향하여 앉은 것을 보고 주목하여 이르되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느니라 하니
57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이 여자여 내가 그를 알지 못하노라 하더라
58 조금 후에 다른 사람이 보고 이르되 너도 그 도당이라 하거늘 베드로가 이르되 이 사람아 나는 아니로라 하더라
59 한 시간쯤 있다가 또 한사람이 장담하여 이르되 이는 갈릴리 사람이니 참으로 그와 함께 있었느니라
60 베드로가 이르되 이 사람아 나는 네가 하는 말을 알지 못하노라라고 아직 말하고 있을 때에 닭이 곧 울더라
61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욹기 전에 네가 세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62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 누가복음 22:54~62
가롯유다의 배신으로 무장한 군사와 함께 예수를 잡으러 온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앞에서 베드로는 무력으로 저항을 한다.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베었으나 어부 출신인 그가 검을 능수능란하게 잘 써서 위협하고자 귀만 살짝 벤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목이나 머리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지만 피해서 귀만 베였을 것이다.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겠지만 가장 큰 위협을 하고자 한 반사적이며 열혈가 다운 성격의 행동이다. 그런 그에게 이제 더이상은 그만하라고 예수께 제지 당하고 자신이 상처 준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치료 해주는 예수를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당하고 억울하게 잡혀가는 예수를 보면서 저항하려는 자신의 불같은 행동마저도 제지 당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으로 허탈한 먹먹함이 맴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잡아 끌려가 점점 멀어져 가는 예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결국 모닥불을 피우며 모여있는 사람들을 지나가다 그 틈 사이에 앉아 타고 있는 불을 멍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 동안 하나님의 아들로 믿던 주 예수가 군인들에 잡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저항 할 수도 항변 할 틈도 없이 허망하게 떠나가버린 뒤 그의 주위에 함께 하던 동료들 마저 보이지 않았다. 혼자 남게 된 것이었다. 쓸쓸하고 무섭고 슬프고. 지금껏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한 것인지 회의감마저 몰려왔을 것이다.
그 때,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이 베드로 자신을 알아보고는 끌려간 예수와 한 패다라고 하자. 그는 부인하게 된다. 뜨거웠던 열정이 낙심으로 순식간에 식어 도망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드로는 죽어도 주와 함께 가겠다라는 그의 고백 앞에서 닭이 울기 전에 세번 예수를 부인할 것이다 라고 한 것이 사실대로 나타나게 된 것이 떠올랐다. 얼마나 괴로울까. 내가 생각한 나는 멋지고 의리있고 불의에 맞선 당당한 사람이라 선포한 것이데, 이미 예수는 나를 알고 있었다니. 그리고 내 존재가 얼마나 찌질하고 약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얼굴을 들 수 없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나를 알고도 함께 했고 그리고 결국 혼자 떠나 억울하게 잡혀가시나 서럽고 열받고 혼란스러워 통한의 눈물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