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박 3일간의 지리산 종주
언덕을 오르는 사나이
2010. 8. 22. 00:19
문뜩 지리산이 가고파 지는 한여름... 일단 가보면 머 있겠지란 생각으로 혼자 훌쩍 떠나본다.
>8월 18일 영등포에서 심야열차(22:58분 막차)를 타고 구례구역 행 기차에 몸을 실는다.
열차 플랫폼은 여행에 설래임을 돋구어 주어 좋다...
심야 열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등산채비를 갖추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새벽 3시 23분. 구례구역에 도착하자마자 역앞에 성삼재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사람이 많을 경우 놓치게 되면 다음 버스는 6시... 하지만 역앞에 택시 기사님들이 "버스는 5천원인데 택시타면 인당 1만원에 10분이면 도착해~"란 말로 꼬신다... 하지만 버스비는 단돈 1100원... 버스를 이용하자
4시 50분 성삼재 도착.
구례구에서 버스의 종착지인 성삼재(해발 1102m)는 노고단(1507m)-천왕봉(1915m) 종주 코스의 시작지점이다.
영등포에서 여기까지... 어두운 창문 안에서 자고 일어나니 이미 지리산... 마치 돈내서 포탈타고 던전을 입장하는 느낌이다.
나를 당황케 한건 아직 "깜깜한 밤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1시간 거리를 밝은 후래쉬 없이는 오르기 힘들다...
그래서 주위 배테랑급 아저씨의 랜탈 불빛을 끼고 뒤에서 야금야금 따라다녀 노고단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센스~
>06:00 노고단 대피소 전경
아침은 대충 준비한 식빵 + 생식(얼마전 구매한 농협표)
지리산 종주에 식사 준비는 생명이다... 각 대피소에서 식량을 팔지만 햇반, 라면, 참치캔,황도...정도?
취사가 가능하니 여럿이 갈때는 되도록 취사도구를 가져가는게 유리하다.
혼자 생식에 식빵 뜯을때 옆 팀,가족들 라면이나 찌개 끓이는 냄새 맡고 있으면 외로움이 극대화되니 조심할 필요가 있음
매점 시간은 (09:00~21:00)
>산장에서 약15%의 경사도로 20여분간 부지런히 올라가면 바로 노고단 정상이다.(해발 1507)
이곳이 지리10경(智異十景)중 하나인 노고운해
멋진 운해사진 한컷 담고 싶었는데 내 앞엔 안개만 자욱했다...
아래는 <사니조아 님 블로그의 노고운해 사진 한컷>
계속되는 산행...
판타지 소설과 온라인게임에 흠뻑 빠졌던 나로서는 이런 던전과 같은 곳에 있으면, 갑자기 튀어나올 몹에 대비해야하고
어서 빨리 NPC를 만나 퀘스트를 완료해야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지곤 한다.
>음삼함도 있고
>밝은 빛을 비춰주기도 한다.
>지리산 암벽이 분재를 해서 가꿔놓은 듯한 곳도 지나치다보면
드뎌 도착하게 되는 벽소령 산장
지리산 종주에 달콤함은 힘들고 지루한 여정 마디마디에서 만나게 되는 산장에 있다.
나는 이곳 벽소령 대피소에서 1박을 하게 된다.
지리10경중 또 하나인 벽소명월이 바로 이곳
산위에 떠있는 달빛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여정의 피로로 초저녁에 잠들어 버렸다.
각 산장은 반드시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은 15일 전부터 가능하다.
성수기때는 예약이 1~2분 만에 종료되니 매우 빠른 컨트롤이 필요.
(숙박비: 성수기8000원, 비수기 7000원)
성삼재에서 벽소령 산장까지 약 9시간 소요
새벽 6시경 벽소령에서 천왕봉을 향해 출발
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옆 팀 사람들의 맛있는 라면 끓이는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아... 참을 수 없다... 웅장한 대지의 산을 만나 첩첩산중에 낀 여명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역시 매뉴는 남은 식빵과 생식(ㅡㅜ)
>벽소령에서 1박 이후에는 조금 지루한 듯한 산행이 계속되었다.
그럴땐 매우 스피드 있게 산을 타주면 된다.
위의 산장은 세석 대피소.
>이번 종주코스의 마지막 산장인 장터목 대피소에서 물과 식량을 보충한다.
해발 1600여 미터인 이곳에서 각 경상도와 전라도의 특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목 시장이 열렸다고 한다.
이곳까지 짐을 어떻게 들고 다녔을까....?
>바로 앞이 천왕봉!!! 이름 답게 위엄 있는 정상이 떡 버티고 있다.
>저 멀리 있던 구름친구를 기다리다 보면 산 아래자락부터 기어올라와 내 숨자락에 안겨 그 맛을 느끼게 된다.
>1박 3일간의 종주코스.
하산은 백무동으로 하게 되면 + 3시간 추가.
백무동에서 동서울로향하는 버스 시간대가 많아서 좋다. 2시간 간격으로 막차는 18:00
이번 종주는 총 32Km에 18시간이 소요되었다.
계속 걷고...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