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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있는것과 진짜 갖는 것의 차이

소유는 사물과 관계하며, 사물이란 구체적이며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는 체험과 관계하며, 체험이란 원칙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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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적 실존양식을 명시해줄 듯한 하나의 상징이 있다. 이 상징은 막스 훈치거가 내게 시사해준 것인데, 푸른 색 유리가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푸른 색을 제외한 다른 색깔을 모두 흡수하고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실증적인 예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유리를 보고 푸르다고 말하는 실상은 그 유리가 바로 푸른 색을 품고 있지 않은 데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푸르다고 부르는 근거는 유리가 품고 있는 것에 있지 않고, 유리가 방출해내는 것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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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유에 매달림으로써 그것에 "안주하고" 자아와 가진 것에 집착함으로써 안정을 추구하고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감소시키는 정도에 따라 관철될 수 있다. "존재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중심주의와 아집을 버려야 하며, 신비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리지면, 마음을 "가난하게"하고 "텅 비워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소유지향성을 포기하기는 심히 어렵다. 그런 시도부터가 그들을 심한 불안에 몰아넣는다. 해업도 칠 줄 모르는데 바다 한가운데에 내던져진 듯한, 일체의 한전대를 끊어버린 듯한 느낌을 가진다. 재산이라는 목발을 던져 버리면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써서 혼자 힘으로 걷기 시작할 수 있다는 진리를 그들은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자기는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없으리라는, 만야 재산이라는 목발이 지탱해주지 않으면 쓰러져버릴 것이라는 그릇된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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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냐 존재냐'중에서  -에리히 프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