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설악 그란폰도 2024 다녀와서

준비

대회가 토요일 오전 7시에 시작한다. 인제라이딩센터까지는 집에서 2시간 20분 정도는 소요된다. 그러면 당일 가려면 도데체 몇시에 일어나서 달려가야 하는가? 9시에는 잠들어서 3시에는 일어나 준비하고 바로 출발해야 겨우 6시 도착할 것이다. 도착하더라도 큰 대회 그란폰도 경험상 주차가 쉽지 않아 여기저기 헤매다 시간에 쫓기고 화장실 볼일도 봐야하고 너무 촉박할 것 같다는 직감이 쉽게 닿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루 전날 가보자 마음먹었다. 이제 대회 일주일 남기고 숙소를 알아보기도 좋은 곳은 마감되었을 것 같고 잠만 자면 되는데 숙박비도 아까웠다. 더군다나 전날 출발 가능 시간이 퇴근시간을 피한 9시 전후였기 때문에 늦은 밤에 도착해서 정말 눈만 붙여야할 곳을 찾아야했다. 캠핑? 더 번거롭고 오히려 늦은시간 입장도 불가했다. 텐트 치는 것도 당연 일이었다. 더 손쉬운 방법이 바로 차박이었다. 한번도 시도해본적 없는 아니 왜 굳이 차에서 잠을 자야하지 라는 선입견으로 생각지 못했다가 이번 만큼은 최적의 방법이었다. 다행히 차는 SUV 였기 때문에 뒷자리를 대충 평탄화 한 뒤에 에어매트를 쿠팡에서 구매해서 깔았더니 최고였다.

숙박이 해결되니 또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준비도 해봤다. 이번에는 말로만 듣던 설악 그란폰도 아닌가. 208km 에 3700m 획고는 한번도 찍어본적 없는 경로였다. 그래서 공략이 필요했고 어떻게 할지 전략도 세워봤다. 원래 무계획으로 닥딜하듯 그냥 드래프팅만으로 비볐었는데 좀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계획까지 정리한 뒤 준비물을 ToDo 리스트에 모두 올리고 하나씩 가방정리까지 마쳤다.

전날 차박

예정대로 8시 부터 짐과 자전거를 싣기 시작해서 8시 30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 수원 영통에서 출발해서 바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루트였는데 거의 막히지 않고 2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상남면생활복지회관 앞 주차장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분들로 보이는 차들이 20대 정도 곳곳에 보였고 심지어 작은 텐트로 인도 구석가에 세팅되어 있는 모습도 발견했다.

주차를 하고 바로 옆에 펠리세이드 차량도 막 도착하여 트렁크를 열고 있는 차주분과 눈이 마주쳐 인사했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펠리세이드는 역시 차도 커서 자전거를 내부에 세워 실고 같이 잠을 자는 구조로 세팅해둔 것을 보고 놀라웠다. 내 차는 쏘랜토. 앞바퀴 빼고 구겨 넣으면 가능해보였지만 차가 많이 상할 것 같아 시도하지 않았다. 그냥 12년된 내 로드 자전거를 당당히 차 뒷편에 기대어 놓고 편하게 안에서 넉넉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싶었다.

강원도 인제의 5월 중순의 날씨는 맑았으며 밤공기는 선선한 정도 15도 내외였다. 외기 모드로 차 문을 닫고 뒷좌석 모두 접은 공간 위에 스펀지 돗자리를 펴고 에어매트를 위에 올렸다. 그리고 침낭 속으로 기어 들어가니 특실 특박 특세팅이 된 것 처럼 너무 뿌듯했다. 차박이 이런 느낌이구나 밖의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지만 단절되어 있고 내가 안에 있는지 없는지 모호한 공간 사이에 껴서 자는 기분이었다.

스르륵 잠들었지만 새벽 4시에 눈이 번쩍 떠졌다. 상체와 얼굴에 한기가 덮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밖의 온도는 8도로 차 내부 온도와 같다. 단지 침낭 속은 따뜻한 체온으로 후끈후끈 문제 없었다. 편안한 음악을 틀고 잠시 한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시도해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뒤척이다 결국 옷 갈아 입고 5시에 아침으로 싸온 김밥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와 오이도 채워 넣으니 충분히 든든했다. 화장실을 찾으러 밖으로 나오니 벌써 사람들도 옷을 갈아 입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남면 복지센터 2층 화장실이 비어있다는 제보를 흘려듣고 빠르게 이동하여 버릴 것을 털어내니 한층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당일 아침

벌써 아침 6시가 넘었다. 자전거를 챙기고 빠르게 출발하려는데 주위에 준비를 마치고 대회장으로 출발하는 사람들 손에 들린 것이 눈에 띄었다. 대회 일주일 전에 택배로 받은 빈 지퍼백과 그 안에 담긴 먹을 간식들이었다. 저것이 스페셜보급이구나. 직접 담은 보급식량을 맡기고 찾아가는 시스템인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받은 지퍼백을 들고 편의점에 들렀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보급식량이 없어서 항상 먹는 시리얼 초콜릿바 3개와 긴시간 타다 졸리지 않을까 싶어서 몬스터 울트라 캔 하나를 챙겨넣었다.

스페셜보급은 컨테이너박스 트럭 3대에 적당한 곳에 번호표 받아 맡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전 공략하면서 스페셜보급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서 어느 타이밍때 보급이 되는지 몰랐다. 보통 이런 대회에 보급은 충분할텐데 최대 12시간으로 워낙 라이딩 시간이 길다보니 식사를 염두해두고 만들어진 보급으로 보였다. 내가 급하게 편의점에서 챙긴 보급품들의 퀄리티들을 봤을 때 굳이 이용하지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혹시나 이 스페셜보급만 해주는 곳이 나타난다면 난감하고 후회스러울 것 같아 맡기기로 했다.

6시 40분… 사람들 행렬을 따라 집결하는 곳으로 쓸려갔다. 보통 대회 시작 전에 행사나 여러 프로모션 업체들의 전시등등이 모여있는 곳이 발견이 될 텐데 구경도 못해보고 출발지점으로 밀려갔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시작점은 보이지도 않는데 벌써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다. 뒤에서는 선수들인듯 팀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청년들이 줄지어 죄송하다며 앞으로 비집고 뚫고 들어갔다.

출발

7시 정확히 폭죽과 함께 시작된다. 그런데 차례대로 출발하려다 보니 밀려 스타트라인에 7시 20분이 되서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참여 인원에 비해 출발라인이 매우 좁았다. 약 5000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이 출발하는데만해도 한시간은 걸릴 것처럼 보였다. 실제 메디오폰도 출발시간이 8시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본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것이 이득이다. 왜냐하면 컷오프(cut-off)가 중간 중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껏 한번도 컷오프 된적이 없었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버스 회수차량에 탑승하는 것은 아닌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달렸다. 그래도 절대 저번 대회 처럼 오버페이스는 하지 말자. 전략을 짠대로 하나씩 실행해 나가면 무리 없이 완주 가능할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구룡령 정상 그리고 긴 다운힐

현재까지 44km 지점, 상승고도 600m 보통 2시간 훈련 루틴으로 익숙한 시점이다. 그리고 오버페이스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에 부담 없이 워밍업은 끝난 상태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대부분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굉장히 잘타고 괴수들은 앞서 나가 보이지 않기도 했다. 항상 운동 루틴때 아주 뜨거운 더운날을 제외하고는 2시간 40~50km 정도는 쉬지 않고 물과 보급 없이 빠르게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업힐때 괜히 무겁기만 하기 때문에 물통에 물도 하나도 담아오지 않았다.

다음 보급까지 약 40km 에 큰 업힐이 두개 있기 때문에 무조건 물통에 물을 채우고 보급도 넉넉히 해야한다. 그란폰도 대회에 품질은 두가지 면에서 크게 체감된다. 하나는 도로통제와 안전을 위한 조치들이고 둘째는 보급식의 풍성함이다. 1차 보급에서 파워에이드, 콜라, 물, 얼음, 바나나, 시리얼바, 쿠키 2가지맛, 카스테라, 초코파이가 분명히 있었고 또 더 있었던거 같은데 종류별로 먹다가 지칠 정도로 뒷 주머니에 싸갔다. 양도 산더미 처럼 많아서 절대 부족함 없어 보였다.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사람이 많아서 도로에 널부러진 자전거 때문에 진행원들과 라이더간에 신경전이 좀 있었다. 물론 널부러진 자전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불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래도 안하무인으로 지나다니는 길바닥에 널부러트리고 보급 받으러 달려가는 사람들이 항상 눈에 띄었다.

보급소에서 지체할 수록 달아오른 열은 식고 근육은 풀어지며 도착시간만 길어질 뿐이었다. 화장실에 달려가 조금이라도 물을 버려 몸을 가볍게 한 뒤 다운힐을 준비한다. 다운힐은 약한 낙타등을 포함해 20km 정도다. 약 30분간 지친 근육과 안장위의 엉덩이와 허리 쪽들을 쉴 수 있는 구간이기도 했기 때문에 내려가면서 회복하기에 아주 좋다. 그런데 이 길을 역방향으로 다시 올라올 것을 떠올리니 끔찍하기도 했다. 다 털리고 130km 쯤에 이 긴 업힐을 해야 했다. 그런 생각은 빨리 정상에 두고 신나게 내려갔다.

조침령 급경사와 쓰리재

한참을 내려오자 마자 갑자기 10% 경사가 넘는 조침령 구간에 들어선다. 그래도 다시 충전된 체력과 관성으로 후다닥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서는 예상보다는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조금 페이스를 올려볼까도 고려해본다. 하지만 3번째 업힐은 쓰리재를 만나 마지막 2km 15% 경사에서 슬슬 후들후들 다리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2차 보급은 음료만 제공되었으며 뒷주머니에는 충분한 먹을 거리로 아직은 든든했다. 봉크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떨어지는 느낌이 살짝 드는 지금 파워젤을 하나 빤다.

한계령 가기 전 스페셜보급

령을 하나 넘고 나면 급경사의 다운힐의 재미도 있지만 넓고 약한 경사로를 달리며 주변 풍경을 만끽할 때가 기분이 가장 좋다. 한쪽에선 푸르른 나무 절벽과 같은 산기슭이고 다른 쪽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즐비해서 물줄기가 춤을 추는 냇가를 사이에 두고 가르는 길 위에 있으면 도파민 엔돌핀들이 정수리에서 뿜어져 온 몸에 퍼져나간다.

이제 후반전을 향하는 한계령을 앞두고 있다. 업힐 바로 전 보급소가 보인다. 역시 충분한 보급물자다. 그런데 기본 보급에 더하야 스페셜보급 또한 여기서 하고 있었다. 굳이 내가 비상식량 처럼 챙긴 스페셜보급을 꺼내 먹을 것이 없어서 패스하기로 했다. 혹시 구룡령 역방향 쯤에서 다시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이번 스페셜보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가져가지 않은 보급품은 전량 폐기 되었다. 그래도 충분한 보급으로 아깝진 않았다. 몬스터 울트라 에너지 드링크가 조금 아쉽다. 배는 이미 음료와 간식들로 가득 채워진 상태라 아쉬워 할 수도 없었다.

한계령 정상

괜찮았다. 이미 5시간 째 거의 쉬지 않고 온 상태로 쎈 업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퍼질 수도 있었다. 다리에 살짝 쥐도 올라왔다. 몇년 전 마지막 대회 때 쥐로 고생한 기억이 있었는데, 한 번 올라온 쥐는 치명적이었고 쥐를 다스릴 줄 몰라 걸어야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쥐가 올라오는 느낌이 나자 마자 억제하는 페달링이 갑자기 자연스레 체득되었다. 쥐 위치는 햄스트링 쪽이었는데 페달이 11시 방향일 때 발생했다. 그래서 11시 반대 방향인 7시 때 최대한 햄스트링을 수축이 아닌 이완 되도록 뒤 꿈치까지 바깥쪽으로 멀리 뺐다. 그러니 자연히 뭉치는 근육을 패달링 하면서 풀어 줄 수 있었다.

한계령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2km 15% 급경사가 또 나타났다. 이 때 많이들 끌바한다고 했고 나도 끌바는 각오 하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긴 했지만 댄싱과 케이던스의 적절한 조합으로 비벼서 정상에 도착했다. 한계령 정상의 기암바위는 역시나 장엄했다. 물론 미시령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른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셀카 사진 한두장 뿐이 건질 수 없었다. 팀도 없었고 모두 지쳐 겨우 올라온 분께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미천골

한계령 정상에서 바닥까지 약 20km 를 신나게 달렸다. 마치 차를 타고 점프한 느낌이었다. 다시 보이지 않는 오르막이 시작되는 시점까지는 그랬다. 구룡령을 향하는 슬슬 오르막과 낙타등이 시작되자 체력은 고갈되어 파워있게 뚫고 갈 힘없이 비실비실해져 간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있는 보급소가 아닌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들에 들러서 보충한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가면 어차피 보급소가 있어서 거기서 충분한 휴식과 보급을 할 생각에 꾹참았다. 계속 멈추고 쉬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미천골 보급소에 도착할 때 쯤 발과 엉덩이 허리 안아픈 곳이 없었다. 갈증도 쉽게 발생해서 이대로 보급만 하고 업힐을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10분간 다리 펴고 앉아 쉬었다. 그것만으로도 통증은 상당히 완화되었으며 에너지도 약간이나마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마지막 업힐만 남았다. 길고도 먼 구룡령 역방향 이것만 넘으면 집에 간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그냥 집에도 가고 싶어지기 시작한다. 벌써 라이딩 시작한게 7~8시간이 넘었다. 상당한 시간인데도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 손과 발 그리고 얼굴에 느낌만 스쳐갈 뿐이었다.

구룡령 역방향

서서히 오른다. 가파름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근육에 피로가 풀리지 않고 여기저기 아픈 곳들로 몸이 자유롭지 않다. 에너지와 심박수는 여유있지만 근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돌아가서 근력을 강화해야지 더 장거리를 편안하게 유지해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겠구나 평가가 나온다. 한참을 오르기만 하다 보면 장엄하게 펼쳐진 산맥들의 꼭대기가 다 내 패달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행히 넉넉히 챙겨온 물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다. 아래 보급소에서는 정상에서도 보급을 하니 반만 채워 가볍게 오르라고 했다. 그런데 몸이 가뿐할 때 얘기다. 출발 할 때 아침 온도는 8도였으나 지금 찍힌 온도는 34도를 육박하고 있다.

마침내 정상이다. 지쳐서 내팽겨친 자전거들 틈사이로 물만 챙겨서 바로 출발한다. 긴 다운힐하면서 쉬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운힐 까지는 괜찮았는데 도착지점 20km 정도를 남겨두고 100m 획고 고개가 하나 있는게 문제였다. 안장에 앉아있기 힘들정도의 엉덩이 통증으로 패달링이 힘들었으며 약한 댄싱정도만이 앞으로 나갈수 있는 동력이었다. 그러니 드래프팅은 꿈도 못꾸고 꾸역꾸역 바람을 다 맞아가며 업힐을 만났을 때, 결국 클릿을 풀고 끌었다. 아하… 힘은 남지만 체중이 문제였을까 엉덩이에 많은 부하가 몰리면서 통증이 심해진 것 같다. 150km 까지는 문제 없었는데 마지막 구룡령 긴 업힐 때 데미지가 심했던거 같다.

도착

엉덩이를 겨우 코에 걸쳐 앉고 드래프팅 없이 혼자 경치를 즐기며 도착지점을 향했다. 분명 구룡령에서는 34도까지 올랐지만 다운힐 후 바닥의 그늘진 계곡사이 가를때는 엄청 차가운 바람으로 모든 열기를 다 식혀줬다. 그러다 급 강풍도 불때면 앞바퀴 조향이 틀어질 것만 같이 위험했다.

아 끝이 보인다. 완주의 안도감 외에는 특별한 감동없이 언제나 그랬듯이 골라인을 통과한다. 드디어 집에 간다. 즐거웠지만 마지막 20km 는 몸이 반쪽난 듯 통증들이 심해 지루하고 힘들었다. 10시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목표였지만 최종 11시간으로 기록됬다. 마지막 20km를 드래프팅만 되고 끌바만 안했어도 10시간도 가능했을 것 같다.

기록 보단 완주. 그리고 설악이라는 상징성 있는 대회에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차박을 시도 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았다. 몇 번의 최근 그란폰도 대회를 참여하면서 그게 그거고 코스 통제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 외에는 특별히 좋은점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번 대회로 내년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아직도 설악의 예쁜 공기의 맛이 맴돈다.

이른 아침의 쌀쌀한 산바람 맛 한계령의 뜨거운 나무향 맛 구룡령 역방향 다운힐의 시원한 계곡물 맛

마지막 옷을 갈아 입고 상남면 손칼국수 한그릇을 들이키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