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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각

제 4차 로잔대회 운영요원 후기

"로잔대회"는 원래 제1차 세계복음화국제대회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 열렸으며, 그 결과로 로잔언약이 발표되었다. 2024년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는 그 명맥을 잇는 행사다. '로잔대회'라는 짧고 예쁜 이름도 좋지만, 아쉬운 점은 이 명칭만으로는 대회의 본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복음화국제대회라는 이름이 대회의 정체성을 더 분명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1차 대회는 유럽(스위스), 2차는 아시아(필리핀), 3차는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다. 이는 모두 세계복음화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4차 대회는 왜 대한민국에서 열리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교회의 연합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불화와 오해, 우려가 가득한 것일까?

이번 로잔대회에서 나는 자원봉사 실외 안내팀으로 첫째, 둘째 날 이틀간 참여했다. 나는 더사랑의교회 평신도이고, 우리 교회의 이인호 담임목사님이 로잔대회의 중보기도 지도 담당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교회 차원에서 로잔대회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래서 대회 1년 전, 7.14 기도대성회를 시작으로 관심을 갖고 매일 로잔대회를 위한 중보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라는 표어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사실 로잔대회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기도하고 뜻을 같이하는 교회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목회자들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건전한 비판은 신앙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로잔대회의 이단성을 주장하며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나조차도 잠시 기도를 멈추게 만들었다. 특히 WCC(세계교회협의회)와 로잔대회를 동일시하며 동성애와 종교적 다원주의를 지지한다는 주장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이에 대해 한국로잔위원회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오해를 풀고자 했고, 나도 개인적으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 일부 반대 시위는 계속되었다. 이처럼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는 로잔대회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로잔언약을 읽어보았다. 로잔언약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명료하게 복음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WCC와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3.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우리는, 전도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구세주는 오직 한 분이요 복음도 오직 하나임을 확신한다. 우리는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일반 계시를 통해 모든 사람이 하나님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 이것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부인한다. 이는 사람이 자신의 불의로써 진리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모든 종류의 혼합주의를 거부하며, 그리스도께서 어떤 종교나 어떤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말씀하신다는 식의 대화는 그리스도와 복음을 손상시키므로 거부한다.

로잔대회는 하나의 조직이나 단체가 아닌 Movement(운동)이다. 모여서 논의하고, 복음 전파에 있어 무엇을 해야 할지 결론을 내린 후,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하는 것이 대회의 목적이다. 그러니 그 선언문을 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비판하면 될 일이다.

현재 로잔대회가 진행 중이고, 곧 서울 선언문이 발표될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동성애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입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대회들에서는 동성애 관련 입장이 명시된 적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한국 기독교의 영향력 덕분에 이 문제를 다루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4차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대회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서울 선언문이 발표된 것을 확인했다)

한편으로는, 연합과 통합이 아름다운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과거 한국교회의 분열된 역사를 살펴보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분열을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WCC와 관련된 분열은 아직도 한국교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고, 그로 인해 생긴 편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대회 기간 동안 짬짬이 자원봉사자들은 휴식 공간에서 쉴 수 있었다. 그때 방글라데시에서 온 자원봉사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한국인이었기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그에게 관심이 갔다. 그는 15살 때 고아원에서 일하며, 헌신적으로 선교하는 한 사람을 보고 그의 삶에 대해 궁금해졌다가 성경을 읽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99%가 무슬림이고, 그의 가족 또한 무슬림이었기에 그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고 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다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하나님의 은혜가 그에게도, 나에게도 전해졌다. 

이처럼, 로잔대회는 다양한 이야기와 증거들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나타내시고 있다.